환한 웃음으로 마음을 연 아이들

환한 웃음으로 마음을 연 아이들
‘2026 현대모비스 임직원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후기 공모전 최우수작 2편


지난 8월, 푸르메재단은 현대모비스와 함께 장애어린이 가족을 초청해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장애어린이 15가족과 현대모비스 임직원 21명이 함께한 1박 2일의 서울 호캉스. 참가자들은 새로운 짝꿍들과 어떤 추억을 나누었을까요? 이번 여행 후기 공모전의 최우수작 2편을 소개합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었던 길, 함께여서 날아올랐던 우리 가족의 1박 2일
-이유리 가족



두 아이, 유리와 유나. 우리 집에는 두 대의 휠체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 아빠는 바다에서 일하는 기관사입니다. 한번 배를 타러 나가면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0개월 만에 집에 돌아오는 직업이라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이번 여행 일정과 아빠의 휴가 기간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몇 달 만에 만난 아빠와 유리, 유나가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너무 특별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가기로 하고 나니 또 걱정이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버스에 어떻게 태우지?’, ‘휠체어 두 대를 가지고 이동하는 게 괜찮을까?’, ‘숙소에서는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게 이동하는 것과 숙소였는데, 이런 부분을 미리 배려해 주신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 걱정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가는 날에는 아이들도 예쁘게 챙겨 입히고 우리 가족은 신발까지 커플 느낌으로 맞춰봤어요. 평소에는 가족이 다 같이 외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날만큼은 우리도 여느 가족들처럼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먼저 여행을 함께할 가족들과 짝꿍 봉사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가족의 짝꿍은 서른하나 동갑내기인 어여쁜 언니와 훤칠한 오빠 두 분이었어요. 처음 인사를 나누는 순간부터 밝게 웃으며 아이들을 맞아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조금 걱정이 됐어요. 두 아이 모두 휠체어를 타고 있고, 특히 유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니와 오빠 봉사자분들은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편하게 다가와 주셨어요. 유리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도 건네주시고,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주셨습니다. 두 아이의 휠체어도 자연스럽게 챙겨주시고 이동할 때도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함께해주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인사를 나누고 롯데월드로 향했습니다. 롯데월드에 도착하니 아이들도 신이 났어요. 유나는 오랜만에 아빠 품에 안겨 생애 첫 회전목마를 탔습니다. 그런데 유리는 회전목마를 보자 무섭다며 손사래를 쳤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아빠도 어렵게 휴가를 맞춰 나왔고,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그래서 유리를 꼭 안았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타보겠니.” 온 힘을 다해 유리를 품에 꼭 안고 회전목마를 탔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엄마 품에 꼭 안긴 채 한 바퀴, 두 바퀴를 돌았어요. 오랜 시간 바다에서 고생하다 돌아온 아빠와 두 아이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새로운 것을 보고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데 괜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건 봉사자분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시는 동안 저희 부부에게도 잠깐의 시간을 선물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봉사자분들이 “두 분도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라고 해주셨어요.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같이 자이로드롭을 타면서 올라가기 전에 서로를 보며 “화이팅!”하고 외쳤어요.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에는 둘이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웃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아이들이 먼저였던 우리 부부에게 정말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장애아동의 엄마 아빠라는 것도 잠시 잊고 그냥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며 웃는 부부가 된 것 같았어요.


저녁에는 숙소인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로 들어갔습니다. 넓은 패밀리 스위트룸에서 아이들도 편하게 쉴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밤이 깊어 아이들이 잠든 후에는 남편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가 정말 꿈만 같다.”



둘째 날에는 롯데타워 전망대로 향했어요. 첫날 그렇게 낯을 가리던 유리가 둘째 날이 되자 봉사자 언니와 오빠를 바라보며 계속 환하게 웃었어요.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 유리가 이렇게 빨리 마음을 열었구나.’


전망대에서 서울 전경도 구경하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귀여운 물범도 만나고 알록달록한 물고기들도 보고, 물고기 먹이도 줬어요. 유리와 유나는 휠체어에 앉아 언니, 오빠 곁에서 내내 해맑게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신나게 보낸 유리와 유나. 버스에 타자마자 둘 다 나란히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버스에 타자마자 꿈나라로 가버린 아이들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따뜻함은 남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봉사자 두 분은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한 봉사자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챙겨준 언니였고,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오빠였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는 정말 고마운 짝꿍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서울에 다녀온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한 시간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는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평범한 가족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이런 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참 소중합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휠체어의 무게를 기꺼이 나누어 짊어져 주시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챙겨주신 두 짝꿍 봉사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장애아동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차량 이동부터 숙소, 여행 동선까지 세심하게 준비해 주시고 이런 소중한 여행을 만들어주신 현대모비스 임직원 여러분과 푸르메재단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바퀴의 휠체어 위에서 바라본 서울은 참 따뜻했습니다. 혼자서는 쉽게 갈 수 없었던 길이었지만 함께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그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었던 길, 함께여서 날아올랐던 우리 가족의 1박 2일.


 




올해 가장 잘한 일
-지수경 (현대모비스 임직원)


가족여행 봉사는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전에 장애인 복지관에서 급식 봉사나 보육원 교육 봉사를 한 경험은 있지만, 1박 2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족분들과 함께 여행하는 봉사는 처음이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봉사에 지원했습니다.


봉사활동에 선정된 후 처음에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잘 놀아줄 수 있을까?’, ‘부모님과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내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휴대폰 게임까지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여행을 함께할 가족에 대한 정보를 받았는데 어린아이가 아니라 고등학생인 민희와 대학생 언니, 그리고 어머님이 함께 여행을 오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과 여행할 생각만 하고 있던 저는 오히려 더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가 있기 전에는 현대 무용을 전공하며 열심히 꿈을 키워가던 학생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큰 상실감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봉사 당일, 민희를 처음 보자마자 1초 만에 그런 걱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민희는 제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밝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민희가 저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하면서 반갑게 맞아주고, 신나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데 긴장이 모두 풀리고 앞으로의 여행이 너무 즐거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오히려 수줍음이 많아서 먼저 못 다가가고 있었는데 민희처럼 사랑스러운 친구와 만나게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과 언니분도 한눈에 봐도 정말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가족을 보는데 너무 행복해 보여서 오히려 제가 괜히 가족여행에 낀 느낌(?)이 들 만큼 너무 완벽하게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보는 제가 너무 힐링이었어요. 민희네 가족이 서울에서의 여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일정은 롯데월드였습니다. 롯데월드에 들어가자마자 민희가 정말 신나 했고 가족분들도 오랜만에 방문한 롯데월드에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하셨습니다. 다만 민희가 아직 완벽히 회복한 것은 아니기에 체력이 좋지 않아 놀이기구를 오래 기다리는 것이 어려워서 대기 시간이 짧은 놀이기구 하나만 타고 쉬어야 했습니다.


가족분들이 롯데월드를 많이 못 즐기신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퍼레이드 시간에 본 민희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마 그날 롯데월드에서 가장 즐겁게 퍼레이드를 즐긴 사람이 민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신나게 관람했고 마지막에는 퍼레이드에 직접 합류해서 함께 춤까지 췄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가족분들도 깔깔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저희는 일찍 체크인하기 위해 호텔로 먼저 이동했습니다. 도착한 호텔은 정말 정말 좋았고, 가족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했습니다. 저녁식사도 정말 맛있게 먹으며 가족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민희가 오래 걷는 게 어렵기 때문에 첫째 날 일정 내내 저는 가족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길을 빨리 찾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민혜(언니)와 제가 먼저 앞장서고, 민희와 어머님이 뒤따라오는 방식으로 이동했습니다. 근데 민희와 같이 걷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일은 먼저 앞서가는 게 아니라 얘기를 나누면서 같이 걸어야지 다짐했습니다.


둘째 날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갔을 때 민희를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안아주고 반겨줘서 또 눈물이 찔끔 날 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사랑이 넘치는 친구였어요!



전망대에서는 민희와 팔짱을 끼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이 걷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민희가 해주는 이야기는 다 너무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오래 걷는 게 어려워서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귀여운 민희와 가족분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민희와 걸으며 나눴던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내용은 비밀이에요…)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저도 너무 슬펐는데 다행히 민희와 번호를 교환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번 봉사는 정말 올해 제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저에게 큰 힐링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가족분들에게 도움을 드린 것보다 제가 얻어온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았습니다. 가족분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정말 세심하게 준비하셨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족을 매칭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물론 제가 알지 못하는 힘든 시간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제가 함께한 1박 2일 동안 본 가족분들은 그 어떤 가족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민희 덕분에 가족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가족끼리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모습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민희가 있어서 가족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가족이었어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민희와 카톡을 하면서는 사실 조금 눈물이 났습니다. 먼저 살갑게 다가가지도 못한 것 같고 서툰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민희가 오히려 저에게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주고 가족여행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제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보다, 오히려 제가 한 사람과 한 가족에게서 이렇게 큰 따뜻함과 행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푸르메재단과 현대모비스 사회가치협력팀에 감사드리고, 부족한 저를 좋아해 줬던 민희와 가족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민희 가족을 만난 건 너무 행운이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더 발전한 모습으로 꼭 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유리 가족, 지수경
사진=이유리 가족, 푸르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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