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범하게, 김종익 직원의 하루

오늘도 평범하게, 김종익 직원의 하루
일하며 독립해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의 일상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면 잠에서 깨어 출근을 준비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퇴근 후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집안을 정돈하고 TV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꿈꿔온 삶입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하는 김종익(27) 씨는 지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바탕으로 독립해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원하는 삶을 만들어갑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종익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푸르메소셜팜 김종익 직원이 농장을 배경으로 서 있다푸르메소셜팜 김종익 직원


입사 5주년… 동료와 함께여서 더 즐거운 회사 생활


종익 씨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합니다. 일어나 침대를 정돈한 뒤 씻고 간단히 아침을 먹습니다. 빠르게 설거지하고 옷을 갖춰 입으면 출근 준비 끝. 8시가 되면 출퇴근을 도와주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푸르메소셜팜에 도착해 일할 준비를 마치고, 8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합니다.


종익 씨가 속한 부서는 가공팀입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품질에 따라 분류하고, 세척하여 포장하는 곳이지요. 종익 씨는 분류와 포장 업무를 담당합니다. 2021년 8월에 입사한 그는 이달 ‘입사 5주년’을 맞습니다. 푸르메소셜팜 내에서도 베테랑 직원으로 꼽히지요. 함께 일하는 심철기 운영생산팀 주임은 “종익 씨는 일도 능숙하게 잘하지만, 늘 웃는 모습이 장점”이라며 “작업량이 많아 힘들 때도 밝은 표정으로 팀 분위기를 살려준다”고 말합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상자에 포장하고 있는 김종익 직원


푸르메소셜팜은 종익 씨의 첫 직장이 아닙니다. 바리스타로 1년을 일하다가 그만두고 전공과를 거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소개로 푸르메소셜팜 입사 시험을 치렀습니다. 종익 씨에게 푸르메소셜팜은 어떤 곳인지를 묻자 웃음과 함께 “좋은 곳”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푸르메소셜팜에 취업해서 좋아요. 바리스타 때보다 일이 더 재미있어요. 거기(전 직장)에서는 늘 혼자였는데, 여기는 동료가 많아서 좋아요. 서정 씨랑 제일 친해요.”


‘가장 친한 동료’로 꼽은 육서정 직원과 함께 토마토 분류 작업을 하는 모습‘가장 친한 동료’로 꼽은 육서정 직원과 함께 토마토 분류 작업을 하는 모습


오늘의 업무는 GS리테일에 납품하는 1500g 제품과 500g 제품 포장. 중간에 있는 30분의 휴식 시간을 빼고는 오전 내내 바쁘게 업무가 이어집니다. 동료들과 손을 맞춰 능숙하게 작업하다 보니, 오전 목표했던 업무량이 어느새 끝이 났지요. 12시 40분에 퇴근 준비를 마치고 이날의 업무 내용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 뒤, 구내식당으로 향합니다. 동료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퇴근합니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휴식 시간(왼쪽 사진)과 점심시간 모습동료들과 함께하는 휴식 시간(왼쪽 사진)과 점심시간 모습


퇴근 후 다양한 주간활동…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퇴근 후 종익 씨 삶의 모습은 다채롭습니다. 가치더하기(여주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제공기관)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주간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탁구(주 2회)를 배우고, 도서관에서 독서 프로그램을 듣거나 숲체험활동, 영화 관람을 하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함께 여행・나들이를 떠나기도 하지요. 종익 씨는 “올해는 강원도 여행과 롯데월드에 갔던 게 제일 많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탁구를 치고 있는 김종익 직원


참여 프로그램은 종익 씨가 원하는 것을 고르거나 가치더하기에서 종익 씨의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프로그램이 소그룹으로 운영되기에 참여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지요. 종익 씨도 빠지는 날 없이 매일 참여할 정도로 가치더하기 활동을 좋아합니다. 이 같은 주간활동은 발달장애인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집안에 고립되기 쉬운 발달장애인이 낮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지역사회 기반 활동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높이고 자립생활을 지원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둡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활동을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입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24시간 돌봐야 했던 가족들에게도 자기 일과 생활을 영위할 시간을 주기에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지난해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탁구 종목에서 복식조로 금메달을 받은 모습지난해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탁구 종목에서 복식조로 금메달을 받은 모습


자립,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가 되도록


주간활동 후 귀가하면 집안을 정돈합니다. ‘월・목요일은 빨래하는 날’ 등 종익 씨는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집안일을 합니다. 가족과 함께 살 때부터 청소나 빨래, 설거지를 자주 했기에 능숙한 솜씨로 집안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지요. 종익 씨가 성인이 되면 자립을 시키겠다고 늘 생각했던 어머니 송미숙(62) 씨의 교육 덕분입니다. “취업해서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이 갖춰지면 자립시킬 생각이었어요. 어릴 때도 복지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요리, 청소 등을 배우게 했고, 집에서도 하게 했지요. 세 살 터울 형이 저를 돕느라 집안일을 잘했는데, 그 모습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집안일을 하는 종익 씨.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배운 덕분에 집을 늘 깔끔하게 유지한다.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집안일을 하는 종익 씨.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배운 덕분에 집을 늘 깔끔하게 유지한다.


자립의 꿈이 본격화한 것은 푸르메소셜팜 취업 이후입니다. 종익 씨가 푸르메소셜팜에 입사하자마자 송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여주로 이사했습니다. 종익 씨가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송씨는 “같이 일할 동료가 많다는 점이 좋았다”며 “무엇보다 종익이를 (보호해야 할)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한 명의 직원으로 정당하게 대우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습니다.


직장생활이 안정되자 종익 씨는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자립생활체험홈에 들어갔습니다. 자립생활체험홈은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주거공간 및 자립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자립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자립생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곳에서 2년간 생활한 후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착지원금을 받아 자립할 수 있습니다. 종익 씨의 경우, 이곳에서 1년 6개월간 생활하며 엄격한 교육을 받은 게 지금의 자립생활에 큰 도움이 됐지요.


“자립 준비를 하면서 경제 개념을 잘 심어주는 데 신경을 썼어요. 월급과 용돈 통장을 분리하고, 가계부 앱으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게 했지요. 카드 결제할 때 실제 물건값과 결제된 금액이 같은지 꼼꼼히 확인하게 했고요. 생활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은 지금은 큰 걱정이 없어요.”


종익 씨가 자신이 사용하는 가계부 앱을 보여주었다.종익 씨가 자신이 사용하는 가계부 앱을 보여주었다.


송씨는 첫째 아들에게도 종익 씨의 상황을 종종 정리하여 알려줍니다. 평생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어떤 제도가 있는지, 종익이는 그중에서 무엇을 이용하고 있는지, 제가 지금 종익이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알려줘요. 나중에 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씩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고 얘기해 주죠. 종익이가 어릴 때는 걱정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도움 되는 정책이 많아서 안심이에요. 특히 종익이도 출퇴근 때 도움받고 있는 활동지원사제도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종익 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자립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된 힘은 무엇일까. 송씨는 사회성과 규칙을 지킬 줄 아는 것,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태도를 꼽습니다. “저는 불안하면 정보를 찾아보는 스타일이에요. 종익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학교나 교육청 등에 자주 찾아가서 궁금한 점을 물었고, 정부 정책도 최대한 많이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지요. 부모회에서 활동하면서 선배 가족들의 이야기도 열심히 들었고요. 결국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종익 씨는 집에서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여가를 보낸다집에서는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여가를 보낸다


직장에 출근해 일하고 퇴근 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하루. 종익 씨는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하루지만,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아직은 꿈과도 같은 삶입니다. 이런 하루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발달장애인의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일할 기회를 만들고, 자립을 준비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푸르메재단이 늘 함께하겠습니다.


글=오선영 부장(마케팅팀)
사진=푸르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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