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
푸르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 


“70여 년을 살면서 미술관에 온 건 처음이에요. 전문가의 음성 해설과 파트너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만져보기도 하면서 꿈과 희망, 생명력을 느꼈어요. 아주 인상 깊고 매력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자리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봄날에 이곳으로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한 사람들이 속속 모였습니다. 푸르메재단과 북서울미술관이 함께 마련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에 참여하는 이들입니다. 시각장애인 11명, 이들과 짝을 이뤄 ‘나란히’ 작품을 감상할 11명의 비장애인 파트너가 자리했습니다.


푸르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푸르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미술관은 많은 사람에게 설렘을 주는 공간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익숙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곳이지요. 그러나 누군가에게 미술관은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는 방식에 익숙한 전시 환경 속에서 시각장애인이 온전히 예술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작품 설명문을 읽기도, 넓은 전시장 안에서 동선을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양 기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미술관을 만들어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9일, 그 첫걸음으로 특별한 프로그램 <나란히 보는 미술관>이 진행됐습니다. 양 기관의 뜻에 공감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지요.


전문 음성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전문 음성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이날 참가자들이 함께 감상한 전시는 크리스찬 히다카의 《하늘이 극장이 되고 극장이 하늘에 있으니》입니다. 동양과 서양,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상상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전문 음성해설사의 세심한 안내는 작품의 색감과 구조, 화면 속 인물과 상징들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귀로 듣고 마음으로 그리는 감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비장애인 참가자들은 파트너의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며 작품 이해를 도왔다
비장애인 참가자들은 파트너의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며 작품 이해를 도왔다


“자, 여러분. 이제 파트너의 손을 잡아볼까요?” 한참 작품 설명 듣던 참가자들이 음성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서로 손을 맞잡습니다. “비장애인 분들이 파트너의 손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안내해 주시는 거예요. 우선 작품의 구도를 방향으로 정해볼 텐데, 작품 속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손바닥에 화살표를 그려주세요.”


비장애인 참가자들은 안내에 따라 파트너의 손바닥 위에 작품의 구도와 동선을 천천히 그려주었습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 위로 열린 하늘, 중앙을 지나가는 인물의 움직임이 손바닥 위에 하나씩 새겨졌습니다. 단순한 안내를 넘어 서로의 감각을 나누는 따뜻한 대화였지요. 설명하는 사람은 작품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듣는 사람은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 참가자들은 파트너의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며 작품 이해를 도왔다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대화도 깊어졌습니다. “이 장면은 왠지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요.” “푸른 문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뜻한다니 제 삶도 돌아보게 되네요.” “파트너에게 작품을 설명하면서 보니까 완전히 새롭게 느껴져요.” 예술은 누군가의 해석을 듣는 순간 더욱 넓어지고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모두가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왼쪽)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제작한 촉각 도구, (오른쪽) 촉각 도구를 만지며 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모습.(왼쪽)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제작한 촉각 도구, (오른쪽) 촉각 도구를 만지며 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모습.


특히 작품 일부를 촉각 모형으로 제작해 손끝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시간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화면 속 건물의 형태와 길의 방향, 인물의 움직임을 손으로 더듬으며 참가자들은 작품 속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해 나갔습니다.


푸르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전시 관람 뒤에는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작품을 마주했지만, 느낀 감정은 모두 달랐습니다. 어떤 이는 푸른 아치문에서 지나온 시간을 떠올렸고, 또 다른 이는 동굴 벽화 속 빛과 어둠에서 삶의 깊이와 희망을 읽어냈습니다. 서로의 해석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예술이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을 만나는 과정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나란히 보는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관람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술을 경험하며 서로의 감각을 이해하고, 차이를 넘어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안내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두는 예술 앞에서 동등한 관람객이 되었습니다.


“저는 저시력 장애인이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미술관에 갔을 때 작품의 붓 터치나 질감을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늘 아쉬웠어요. 작품에 대한 감상을 누군가와 나눌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오늘 파트너와 함께 대화하며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앞으로 이런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푸르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한 '나란히 보는 미술관' 프로그램 참여자들 모습


르메재단은 앞으로도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미술관에서 나란히 선 사람들의 따뜻한 하루가 더 많은 곳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글・사진=오선영 부장(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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