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 하나로 얻은 큰 위로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 의류 리폼 사업 인터뷰
희귀난치성질환(리씨증후군) 판정을 받은 26세 청년 김우솔 씨. 그는 보행이 어렵고 척추측만이 있어 이너 휠체어(자세 유지 보조기구를 장착한 휠체어)를 사용 중입니다. 보호자로서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어머니 진희(가명) 씨는 우솔 씨가 입는 옷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옷차림은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예쁜 옷을 자주 샀어요. 장애 말고 다른 것으로 구별되는 게 싫었어요.”
“확실히 표현을 못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우솔 씨와 어머니 진희(가명) 씨
우솔 씨는 이너 휠체어에 앉을 때 상체를 고정하기 위해 체간 벨트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반 기성복은 체형에 잘 맞지 않는 데다 체간 벨트를 채우기도 힘들었습니다. 매무새가 정돈되지 못한 모습에 진희 씨는 늘 속상했지요. 우솔 씨가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만큼 허리의 불편함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바지 수선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허리 부분부터 부드러운 면 재질의 천으로, 넓고 편하게 바꿔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바지 허리가 조여서 자국이 남은 걸 보면 늘 마음이 쓰였어요. 본인도 아팠을 텐데 확실히 표현을 못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하지만 수선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세탁소에 맡겼지만, 바라는 대로 고쳐지지도 않았을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서울 강서구의 한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유료 의류 리폼 사업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초구에 거주하던 진희 씨는 먼 거리도 아랑곳없이 복지관과 집을 수시로 오갔습니다. 그만큼 우솔 씨를 위한 의류 리폼이 절실했지요. 그렇게 우솔 씨의 새로운 옷을 마련했습니다.
그 후 2023년, 인근 주간보호센터에서 한 의류 브랜드가 진행하는 수선 캠페인에 참여하던 중, 관계자를 통해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의 ‘장애인 의류 리폼 사업’을 만났습니다.
의류 리폼 전, 이너 휠체어의 체간 벨트가 외부로 노출된 모습(왼쪽).
의류 리폼으로 만든 점퍼 착용 후, 체간 벨트가 가려진 모습(오른쪽)
“예쁘고 멋있게 보여서 큰 힘이 되었어요”
평소 진희 씨가 성인 남성인 우솔 씨의 일반 기성복을 갈아입히는 데에는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지요.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외투의 두꺼운 천이나 충전재 때문에 체간 벨트를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고 그 위에 두꺼운 담요를 덮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의 ‘장애인 의류 리폼 사업’으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점퍼의 겨드랑이 아래쪽 봉제선을 터서 트임을 만든 모습(왼쪽),
점퍼의 탈·착의는 물론 이너 휠체어의 체간 벨트를 체결하기도 쉬워졌다(오른쪽)
먼저 점퍼의 겨드랑이 아래쪽 봉제선을 터서 트임을 만들었습니다. 그 트인 부분을 통해 체간 벨트를 채우고, 점퍼의 앞 지퍼를 올리면 벨트가 겉으로 보이지 않아 일반 의자에 앉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옷의 보온 기능을 유지하면서 보조기기의 모양이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까지 낸 것입니다. 밝은 성향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우솔 씨는 더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서게 됐습니다.
우솔 씨(맨 왼쪽)가 큰형의 결혼식에 리폼한 셔츠를 입고 참석한 모습
격식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일정은 또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첫째 아들의 결혼식이 다가올 무렵 진희 씨는 고민이 많았지만, 이 또한 의류 리폼 사업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우솔 씨는 멋지게 고친 셔츠를 입고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단순한 수선이 아닌, 장애 특성과 필요에 최적화된 맞춤형 옷을 갖게 되었지요. 진희 씨는 옷의 작은 차이 하나로 큰 위로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남들에게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지만, 저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이고 가족이잖아요. 제가 보기에도 좋지 않으면 남에게도 그렇게 보이겠죠. 리폼한 옷을 입은 우솔이가 예쁘고 멋있게 보여서 큰 힘이 되었어요.”
옷을 통한 자기 선택과 표현을 응원해요
흔히 인간 생존과 생활의 필수 조건으로 ‘의식주’를 말합니다. 그중 가장 앞서 말해지는 ‘의(衣)’, 즉 옷은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행이나 취향에 따른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이것조차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인의 약 72%가 장애 특성으로 인해 옷을 입고 벗는 데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돌봄 가족의 부담으로도 이어지는 부분이지요. 장애인 의류 리폼 사업은 당사자의 의류 착·탈의 어려움 해소로 일상 편의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의류를 통한 자기표현으로 사회 참여의 기회 증대는 물론 삶의 질 향상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의류 리폼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 이보미 작업치료사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는 2023년부터 서울특별시 ‘약자와의 동행’ 시책에 따라 다양한 보조공학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장애인 의류 리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담당자는 이용자의 신체적 특수성과 필요 사항을 파악한 후에 재단사와 함께 리폼 방법을 결정합니다. 이때 무엇보다 이용자의 수선 의견을 우선합니다.
장애 유형, 의복 형태, 계절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발생하는 만큼 전문성과 지속성 확보를 위해 관련 매뉴얼 정비에도 힘쓰는 중입니다.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를 비롯한 다른 서울시 보조기기센터의 사업 담당자들과 소통하면서 리폼 아이디어를 공유, 발전시키고 있지요.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의 이보미 작업치료사는 “단순한 기능 보완이 아닌, 심미성을 추구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라며 “옷에 있어서 제한이 아닌 선택의 순간을 더 많이 마련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용자가 장애를 숨기기보다 나만의 특징으로 보이길 원해요. 장애로 인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옷을 통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선택과 표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최고은 대리(푸르메재단 마케팅팀)
사진=푸르메재단,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 이진희(가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