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가족이 되다

‘2025 효성·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가족여행후기 공모전 최우수작 2












지난 9, 장애어린이 가족 9팀과 효성 임직원 가족 9팀이 짝을 이루어 총 64명이 23일의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떠나 강릉의 남항진해변부터 고성, 속초까지 강원도 일대를 누볐습니다. 새로운 가족들과 잊지 못할 바다 여행을 하며 하나가 된 시간들. 이번 여행 후기 공모전 최우수작 2편을 만나봅니다.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작은 쉼
-권성화(박지유, 박지온 어린이 가족)


매일 반복되는 재활치료로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 속, ‘2025 효성 가족여행에 선정되었다는 문자는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와도 같았다. 어쩌면 지온이가 태어나고 5년 동안 지치고 힘든 우리 가족에게 작은 쉼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여행 전날, 일찍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첫째 딸과 한 침대에 누워 여행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첫째 딸은 워터파크를 제일 기대한다고 했다. 지온이와 강원도 고성까지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 잘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고 겨우 잠을 잤다.


 


기다렸던 효성 가족여행의 첫날. 푸르메재단 집결 장소로 도착하니 맨 앞에 박지온 가족이름표가 있는 우리 자리가 보였다. 우리 가족과 23일 동안 함께 지낼 효성 임직원 가족도 만났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 단체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그 걱정도 잠깐이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가족과 공통점이 있었다. 짝꿍 가족의 딸과 지유가 9살 동갑이었다. 그리고 둘째는 6살 딸인데 지온이와 같은 나이였다. 짝꿍 가족과 23일 동안 행복하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언제 친해졌는지 지유는 짝꿍 가족인 서윤이와 손을 잡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지유와 서윤이는 항상 붙어 다니면서 여행 내내 손을 잡고 다녔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를 달려 강원도 여행의 첫 번째 장소인 남항진 해변에 도착해, 해변 앞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즘 지온이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부쩍 힘들고 눈치가 보였다. 휠체어형 유모차가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니 식당 입장에서도 불편함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하고. 그런 눈빛을 받으니 지온이와 함께 식당에 가는 일이 점점 없어졌는데, 이날은 횟집에 도착하니 이미 지온이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눈치 보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비록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가을 바다는 참 예뻤다. 지온이와 온전히 바닷바람을 느끼며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얼마 만에 가져 보는 평온한 여유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 대학병원 외래와 재활치료 속에서 살다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동안 쉼 없이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재활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작은 쉼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항진 해변을 뒤로 한 채 다음 장소인 아르떼 뮤지엄에 갔다. 지온이가 평소에 받는 재활치료 중 스누젤렌 치료가 생각났다. 스누젤렌 치료도 어두운 곳에서 불빛을 이용해 시각, 지각 자극을 통해 치료하는 것으로 지온이가 가장 좋아하는 치료 중 하나다. 지온이가 후두엽 손상으로 인해 시각, 지각 손상이 있어 불빛에 가장 반응을 잘하는데, 아르떼뮤지엄의 다양한 불빛 자극은 지온이를 즐겁게 해주었다.


첫날 마지막 일정은 여행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던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 ‘I’인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정이었다. 그런데 걱정을 나만 했던 거 같다. 지유가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남편도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너무 즐겁게 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우리 가족을 보니 나도 걱정이 사라졌다. 편하게 마음을 가지고 웃고 즐기다 보니 여행 첫날 일정이 끝났다.




박지유 양이 그린 '효성 가족여행' 그림

 


효성 가족여행 둘째 날, 조식 뷔페를 먹고 수영복으로 환복한 다음 지유가 가장 기대했던 워터파크에 갔다. 지유는 워터파크에 입장하자마자 서윤이와 파도 풀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지온이는 평소에 차가운 물을 싫어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온천탕이 있어 아빠와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나는 그동안 지온이가 물을 싫어해서 워터파크도 싫어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따뜻한 온천탕에 들어가니 눈을 감고 물을 느끼면서 즐기고 있었다. 내가 몰랐던 지온이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물놀이 후 저녁은 고기였다. 지온이를 데리고 고깃집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물놀이 후 피곤했는지 지온이도 유모차 안에 잘 있어 줘서 우리 가족은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고 서로 공감해 주는 부분들도 많아서 짝꿍 가족과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박지유 양이 효성과 푸르메재단에 남긴 편지


아쉬운 둘째 날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셋째 날이 되었다. 집에 가기 전 마지막 일정인 다이나믹 메이즈와 얼라이브하트는 지온이보다 지유가 더 좋아했다. 지온이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상의 한 부분을 이번 가족여행을 통해 지유에게 맞춰주면서, 지유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어 엄마로서 보는 내내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23일 효성 가족여행은 마무리되었다. 푸르메재단으로 다시 모여 효성 짝꿍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유가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애써 웃으며 끝까지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친구가 생겼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은 이번 여행을 기억하며 좋은 에너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 이동우(효성 임직원)


 


만남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름의 뜨거운 경쟁을 뚫고 당첨되어 모였으니 말이다. 뜨거운 여름이 아직도 가을의 시작을 시샘하듯 발목을 잡고 있던 9월 초.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1일차


현장학습에 목말라 있던 아이들에게 좋은 희소식이 생겼다. 아빠 회사에서 23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학교를 공식적으로 빠진다는 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워터파크가 포함되었다니 그보다 더 금상첨화일 수 없었다. 그리고 평소에 특별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거부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싶었다.


여행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푸르메재단 강당에 도착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기념 티셔츠와 간식들, 그리고 허기진 아침을 달래줄 세심한 김밥까지. 스태프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 더 기대되었다. 곧이어 나와 23일을 함께한 매칭 가족을 만났다. 마이크를 잡고 가족 소개를 할 정도로 당차고 씩씩한 K-장녀의 정석을 보여준 주원이. 막내의 투정을 온몸으로 받아주며 동생을 세심하게 챙기는 재원이. 그리고 이번 여행의 주인공이자 귀여움을 독차지할 유환이, 아이 셋을 새벽부터 챙겨서 저 멀리 청주에서 올라오신 주원이 엄마까지. 우리 팀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강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비록 녹록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펼쳐질 여행의 기대감이 더욱 컸다.


궂은 날씨를 뚫고 도착한 강릉의 어느 횟집. 제철 해산물과 회가 펼쳐진 곳에서 우리는 어색함을 조금씩 풀어내고 서로에게 다가가며,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바닷가와 모래사장은 엔돌핀이 마구 샘솟는 곳이었다. 특히 막내 유환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고, 오랜만에 나오는 나들이와 바닷바람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기 충분했다.



2일차


오랜만에 편안하고 쾌적한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들은 워터파크에서 어제의 팀워크를 이어가며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며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특히 어제까지 얼굴에 웃음을 볼 수 없었던 막내 유환이가 천진난만한 환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동안 남몰래 수없이 많은 시간을 눈물로 보내며 때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유환이 엄마에게는 천연 비타민이자, 웃음 치료제였을 것이다.


즐거운 물놀이가 끝나고 찾아온 삼겹살 회식. 안 그래도 물놀이에 체력을 소진했을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음식이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이다. 추가되는 다양한 고기에 아이들의 웃음꽃이 핀다. 어른들에게는 시원한 맥주가 더해지며,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곤, 서로를 더욱 이해하며 2일차의 밤이 무르익었다.



3일차


시간은 어느덧 3일차. 여행 시간은 평소보다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어제 물놀이에 살짝 피곤함이 묻어있는 아이들과 여행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발걸음, 마지막 일정으로 런닝맨(?)같은 미션을 수행했다. 이번 여행의 포토제닉으로 선정될 만한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고, 서로를 찍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서로를 기억하며 추억을 남겨줄 사진과 함께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여행의 아쉬움과 피로감이 공존한 채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이제 막 친해지며 정들었는데, 헤어지는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자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지고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에필로그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참가했던 여행이었는데, 가족의 소중함, 다양함, 이해, 배려, 더불어 사는 삶 등 여행 내내 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으며,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2025년 가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준 주원이 가족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푸르메재단과 효성 담당자분들, 특히 푸르메재단 스태프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권성화, 이동우
사진=푸르메재단, 권성화 제공














상세보기
X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대한 동의

1. 수집항목: 이름, 이메일, 성별, 연령

2. 수집 이용 목적: 광고성 정보 발송(푸르메재단 소식 등)

3. 보유 이용기간: 동의 철회 시까지

4. 개인정보 처리위탁

제공대상 개인정보 이용목적 개인정보 항목
스티비 이메일(뉴스레터) 발송 이름, 이메일, 성별, 연령
㈜더블루캔버스 뉴스레터 신청 이름, 이메일, 성별, 연령

5.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동의 거부권이 있으나 거부 시에는 뉴스레터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합니다.